몇 달 전 예약해둔 캠핑, 출발 전날 비 예보가 떴다. "그래도 예약금이 아까운데, 조금 오다 말겠지." 이 낙관적인 생각 하나로 우리 가족은 결국 강행했다. 결과는 새벽 2시 철수였다. 텐트 바닥으로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고, 아이들 옷과 이불이 젖었다. 어두운 새벽에 짐을 정리하며 차에 실을 때, 아내가 나지막이 던진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난다. "다음엔 진짜 예보 좀 보고 결정하자."
그날 무엇을 잘못 판단했나
돌아보면 내 판단 오류는 두 가지였다. 첫째, 비 예보의 강수량을 우습게 봤다. "조금 온다"는 예보였지만 실제로는 밤사이 예상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 둘째, 사이트 위치를 잘못 골랐다. 예약할 땐 계곡 뷰가 예뻐서 물가와 가까운 자리를 골랐는데, 비가 오자 그 위치가 바로 발목을 잡았다. 배수가 잘 안 되는 저지대였던 것이다.
그날 밤 실제로 일어난 일
저녁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자정 무렵부터였다. 빗소리가 점점 거세지더니, 텐트 바닥재 아래로 물이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처음엔 "설마" 했는데, 손으로 만져보니 침낭 아래쪽이 축축했다. 아이들이 깨기 전에 서둘러 짐을 옮겨야 했다. 어두운 새벽, 비를 맞으며 텐트를 걷고 짐을 차에 싣는 그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 아이들은 큰 탈 없이 넘어갔지만, 그 밤의 스트레스는 오래갔다.
그 이후로 우리 집이 지키는 것들
예보의 '강수 확률'이 아니라 '강수량'을 본다
비 올 확률이 30%라고 하면 안심했었는데, 그 30%가 실제로 오면 얼마나 오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지금은 강수량 예보(mm)까지 확인하고, 일정량 이상이면 계곡·강변 자리는 아예 후보에서 뺀다.
사이트 지형을 미리 확인한다
예약 전 캠핑장 배치도에서 물가와의 거리, 지대의 높낮이를 살핀다. 예쁜 뷰보다 배수가 잘 되는 자리를 우선한다는 원칙이 그날 이후 생겼다.
'예약금 아까움'을 판단 기준에서 뺀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거였다. 예약금은 몇 만 원이지만, 새벽에 아이를 데리고 비를 맞으며 철수하는 위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지금은 특보급 비 예보가 뜨면 예약금을 포기하더라도 미련 없이 취소한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최소 장비
이후로는 우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날엔 방수포(그라운드시트)를 텐트 바닥에 한 겹 더 깔고, 침낭과 여벌 옷은 방수 가방에 따로 포장해간다. 완전히 막을 순 없어도, 최악의 상황을 늦춰줄 순 있다.
실패가 알려준 것
그날의 새벽 철수는 지금도 우리 가족 사이에서 "그때 그 비 캠핑"으로 불린다.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날 배운 교훈은 진지하게 지키고 있다. 비 예보 앞에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낙관은 위험하다는 것. 아이와 함께하는 캠핑에서는 특히 그렇다. 다음 캠핑을 준비하다 비 예보를 보게 된다면, 예약금보다 그날 밤의 안전을 먼저 떠올려보시길 권한다.
※ 기상 특보는 기상청에서 실시간 확인하세요. 계곡·강변 야영은 우천 시 수위 급상승 위험이 있으니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