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헛웃음이 나온다. 몇 년 전 추석 연휴, "다들 고향 가느라 바쁠 텐데 캠핑장은 오히려 한산하지 않을까?" 하는 얕은 계산으로 연휴 이틀째에 캠핑을 강행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서울에서 두 시간이면 갈 거리를 다섯 시간 넘게 걸렸고, 뒷좌석의 두 아이는 세 시간쯤부터 완전히 무너졌다. "언제 도착해", "심심해", "화장실 가고 싶어"의 무한 반복. 휴게소마다 화장실 줄이 30분씩이었다. 캠핑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지고 있었고, 텐트를 어두운 데서 부랴부랴 치느라 아이들과 놀 시간은 30분도 안 남아 있었다.
내 계산이 틀렸던 이유
돌아와서 곰곰이 따져보니, "캠핑장은 한산할 것"이라는 내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캠핑장 자체는 확실히 한산했다.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길이었다. 명절 연휴엔 귀성·귀경 차량이 전국 고속도로를 뒤덮는다. 실제 교통 데이터를 보면 명절 당일 기준 귀성길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3시 사이, 귀경길은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가 가장 혼잡하다. 내가 출발한 시간이 하필 정확히 그 절정 구간이었다.
더구나 명절 연휴엔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되는 날도 있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차량이 한꺼번에 도로로 나온다. 캠핑장이 한산해도, 거기까지 가는 도로가 이미 주차장이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그날 뼈저리게 배웠다.
그날 이후 세운 우리 집 연휴 캠핑 원칙
1. 절정 시간대를 반드시 피한다
명절 연휴에 캠핑을 간다면, 나는 이제 절정 시간대의 정반대를 노린다. 귀성길이 오전 11시~오후 1시가 피크라면, 새벽 6~7시에 출발하거나 아예 밤 시간대(저녁 8시 이후)로 이동한다. 아이들은 차에서 자면 되니, 오히려 야간 이동이 아이들에게는 덜 힘들 때도 있다.
2. 명절 당일보다 앞뒤 날짜를 노린다
실제 교통 데이터를 보면 명절 당일과 그 전날이 가장 혼잡하고, 연휴가 끝나갈 무렵(마지막 하루 이틀 전)은 상대적으로 흐름이 원활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이제 명절 당일이 아니라 연휴 중후반부에 움직인다.
3. 목적지를 '고속도로 정체 축'에서 벗어난 곳으로 잡는다
경부선·서해안선처럼 귀성 행렬이 집중되는 주요 축을 피해,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지역이나 국도 접근이 쉬운 캠핑장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연휴 캠핑을 계획할 때 지도 앱으로 미리 예상 소요시간을 검색해보고, 평소보다 1.5배 이상 걸리면 경로나 시간대를 다시 짠다.
그래도 안 풀릴 때를 위한 마음의 준비
아무리 시간대를 잘 골라도 명절 도로는 변수가 많다. 그래서 나는 이제 연휴 캠핑을 갈 땐 차 안에서 버틸 수 있는 여분의 준비물을 따로 챙긴다. 아이들 간식과 물, 배터리 충분한 태블릿(평소엔 스크린타임을 제한하지만 이런 날은 예외),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의 여유로운 마음가짐. 그날 내가 짜증을 냈던 건 사실 정체 자체보다, "계획대로 안 되고 있다"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연휴에 캠핑을 계획하고 있다면, 캠핑장 예약보다 먼저 도로 혼잡 예보부터 확인하시길 권한다. 한국도로공사나 포털 교통 정보에서 명절 기간 혼잡 예상 시간대를 미리 안내해준다. 그 정보 하나가 다섯 시간짜리 헛고생을 막아준다.
※ 명절 교통 혼잡 시간대는 매년 조금씩 다릅니다. 출발 전 한국도로공사·내비게이션 앱에서 최신 예보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