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캠핑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다들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이맘때 AI에게 "가을 캠핑 준비물 알려줘"라고 물으면 옷차림이나 텐트 보온 얘기는 나와도, 진드기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실제로는 벌레 기피제 항목에 슬쩍 묻히는 정도다. 하지만 질병관리청 자료를 찾아보니, 이건 훨씬 진지하게 다뤄야 할 문제였다.
숫자로 보는 SFTS, 가볍게 볼 게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2013년 법정감염병 지정 이후 누적 환자 2,345명, 사망 422명으로 치명률이 18%에 달한다. 치료제와 예방백신이 없다는 점이 특히 무섭다. 발생 시기는 주로 4월부터 11월로, 하필 우리 가족이 캠핑을 가장 많이 다니는 시기와 겹친다.
감염 경로는 참진드기에 물리는 것이다. 다행인 건 모든 진드기가 병을 옮기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전국 진드기 채집 조사에서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진드기는 최소 양성률 0.5% 수준으로 확인됐다. 확률은 낮지만, 걸렸을 때의 결과가 무거우니 예방이 최우선이다.
캠핑장에서 실천하는 예방 수칙
질병관리청과 지자체가 공통으로 안내하는 예방수칙을 우리 가족 캠핑에 맞게 정리했다.
1. 옷차림으로 노출을 줄인다
풀숲을 걷거나 캠핑장 잔디에서 뛰어놀 때는 밝은색 긴소매·긴바지, 모자, 양말을 착용시킨다. 밝은색을 입히는 이유는 진드기가 붙었을 때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바지 끝단은 양말 안으로 넣어 진드기가 파고들 틈을 줄인다.
2. 돗자리를 깔고, 풀숲에 옷을 벗어두지 않는다
돗자리 없이 풀밭에 바로 앉는 습관, 아이들이 특히 잘한다. 그런데 이게 진드기 노출의 가장 흔한 경로 중 하나다. 풀밭에 앉을 땐 반드시 돗자리를 사용하고, 벗은 겉옷을 풀숲에 던져두지 않는다. 등산로를 벗어난 산길도 피한다.
3. 기피제를 쓰고, 귀가·귀텐트 후 몸을 확인한다
야외활동 전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효능 지속시간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다시 뿌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하루 활동이 끝나면 샤워하며 몸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처럼 살펴보기 어려운 부위에 진드기가 잘 붙는다. 나는 아이들 씻길 때 이 부위들을 습관적으로 체크한다.
진드기를 발견했다면, 이것만은 지키자
만약 몸에 붙은 진드기를 발견했다면 무리하게 손으로 당겨 떼지 않는다. 억지로 당기면 진드기 일부가 피부에 남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가능하면 의료기관에 방문해 제거받는 것이 안전하고, 어렵다면 정해진 제거법에 따라 조심스럽게 제거한 뒤 소독한다.
그리고 진드기에 물린 뒤 2주 이내 고열(38~40도), 구토, 설사, 근육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야외활동 이력을 알리고 즉시 의료기관에 방문해야 한다. 아이가 캠핑 후 며칠 내 갑자기 고열이 나면, 나는 이제 병원에 야외활동 여부를 먼저 이야기한다.
무섭다고 캠핑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캠핑을 겁주려는 게 아니다. SFTS 감염 확률 자체는 낮고, 예방수칙 몇 가지만 지키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AI가 잘 챙겨주지 않는 이 정보를, 부모는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을 캠핑을 준비한다면, 긴 옷 한 벌과 기피제, 그리고 귀가 후 3분간의 몸 체크. 이 정도면 충분하다.
※ 이 글은 질병관리청·지자체 공식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야외활동 후 이상 증상이 있으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