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AI를 가장 많이 쓴다. 지도 뒤지고 블로그 검색하던 시절에 비하면 혁명적으로 편하다. 그런데 AI에게 그냥 "○○ 여행 코스 짜줘"라고 던지면, 십중팔구 어른 둘이 부지런히 다녀야 소화 가능한 빡빡한 일정이 나온다. 아이 둘을 데리고 그 일정을 돌리면 재앙이다. 오늘은 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정리한,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코스를 제대로 뽑는 프롬프트 공식을 공유한다.
나쁜 프롬프트 vs 좋은 프롬프트
나쁜 예시부터 보자. "가평 1박 2일 여행 코스 짜줘." 이렇게 물으면 AI는 관광지를 최대한 많이 욱여넣은 일정을 준다. 아이의 존재도, 이동 피로도, 식사·낮잠 시간도 고려되지 않는다.
좋은 프롬프트는 제약 조건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준다. 이렇게 말이다.
"7세와 4세 아이를 데리고 가평으로 1박 2일 가족 여행을 갈 거야. 조건은 이래. ① 하루 이동은 총 2시간 이내로 제한 ② 관광지는 하루 2곳까지만 ③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야외 공간 포함 ④ 점심 후 숙소에서 쉬는 시간 확보 ⑤ 유아차와 기저귀 갈 곳이 있는 시설 우선. 이 조건에 맞춰 여유로운 코스를 짜줘."
이렇게 조건을 주면 AI의 답이 완전히 달라진다. 빡빡한 관광이 아니라, 아이 페이스에 맞춘 현실적인 일정이 나온다.
내가 항상 넣는 5가지 제약 조건
여행 코스 프롬프트에 나는 아래 다섯 가지를 거의 항상 포함한다.
① 이동 시간 상한: "하루 이동 총 ○시간 이내." 아이는 차에서 오래 있으면 무너진다. ② 관광지 개수 제한: "하루 최대 2곳." 적게 도는 게 잘 도는 거다. ③ 휴식 시간 명시: "오후에 숙소 복귀 후 쉬는 시간 포함." 낮잠 또는 뒹구는 시간이 있어야 저녁이 평화롭다. ④ 아이 편의시설: "수유실·기저귀 교환대·유아 메뉴 있는 곳 우선." ⑤ 날씨 대안: "비 올 경우 실내 대안도 함께." 아이 여행에서 날씨는 최대 변수다.
AI 코스를 받은 뒤 반드시 하는 검증
여기서부터가 진짜 중요하다. AI가 짜준 코스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AI는 운영시간, 휴무일, 예약 필요 여부, 실시간 혼잡도를 모른다. 그래서 나는 AI 코스를 받으면 각 장소를 이렇게 확인한다.
첫째, 공식 채널에서 운영시간·휴무일 확인. AI가 추천한 곳이 하필 그날 휴무면 낭패다. 둘째, 예약제 여부 확인. 요즘 인기 시설은 사전 예약이 필수인 곳이 많다. 셋째, 실제 후기로 '아이 동반' 적합성 재확인. AI가 "가족 여행 좋음"이라 해도, 실제 후기엔 "계단 많아 유아차 불가" 같은 정보가 있다.
AI는 초안, 완성은 검증
내 여행 준비는 이 흐름으로 굳어졌다. AI로 조건 넣어 초안을 뽑고 → 각 장소를 공식 정보로 검증하고 → 후기로 아이 적합성을 확인한다. 이 세 단계를 거치면 실패 확률이 확 준다.
AI는 분명 여행 계획의 판도를 바꿨다. 하지만 "우리 아이에게 맞는 여행인가"는 여전히 부모가 판단할 몫이다. 다음 가족 여행을 계획한다면, 위의 5가지 제약 조건부터 프롬프트에 넣어보시길. 결과물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