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던 날 캠핑장에서, 아이가 처음 본 눈
일기예보 앱에 눈 결정 아이콘이 뜨는 순간,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캠핑장 예약 화면을 열었다. 둘째가 태어난 후 처음 맞는 겨울, 첫눈을 캠핑장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갑자기 강하게 들었다. 아내는 "굳이 추운데 그렇게까지?"라고 했지만, 나는 이미 예약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왜 하필 눈이었나
돌이켜보면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아이가 눈이라는 걸 처음 마주하는 순간을, 아파트 베란다 창문 너머가 아니라 텐트 지퍼를 여는 순간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어릴 적 내 기억 속 첫눈은 유독 또렷하게 남아 있는데, 그 기억의 배경이 삭막한 도시가 아니라 자연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던 것 같다.
준비는 평소보다 두 배로 했다
첫눈 예보에 맞춰 급하게 잡은 캠핑이었지만, 준비만큼은 대충 하지 않았다. 겨울 캠핑에서 가장 무서운 게 안전 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텐트 안 난방은 전기장판과 두꺼운 침낭 조합으로만 썼고, 연소식 난로는 아예 챙기지 않았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매년 반복된다는 걸 안 뒤로는, 겨울 텐트 안에서 불을 피우는 방식 자체를 우리 집에서 없앴다. 대신 핫팩과 보온병에 챙긴 따뜻한 물, 아이 전용 방한복을 여러 겹 챙겼다.
그날의 장면
캠핑장에 도착했을 땐 아직 눈이 오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텐트 안에서 뒹굴던 중, 밖에서 이상하게 조용해진 느낌이 들었다. 텐트 지퍼를 열어보니 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첫째는 이미 여러 번 눈을 본 적이 있어 "눈이다!" 하고 뛰쳐나갔지만, 둘째는 처음엔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손바닥에 떨어진 눈이 녹는 걸 보고서야 신기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표정을 보려고 예약 버튼을 눌렀던 거구나 싶었다.
아이 손발이 시리지 않게 신경 쓴 것들
눈 구경은 신나지만, 아이들은 추위에 훨씬 취약하다. 나는 눈밭에서 노는 시간을 15~20분 단위로 끊고, 텐트로 들어와 따뜻한 물과 몸을 녹이는 시간을 반복했다. 손이 빨갛게 되거나 아이가 평소보다 말이 없어지면 바로 안으로 데려왔다. 방한장갑은 젖으면 무용지물이라, 여벌을 두세 켤레 챙겨가 젖을 때마다 바로 갈아 끼웠다.
겨울 캠핑, 이렇게 준비하면 무리 없다
그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겨울 캠핑을 갈 때 우리 집이 지키는 원칙이 생겼다. 첫째, 텐트 안 화기는 쓰지 않고 전기장판+침낭으로 해결한다. 둘째, 야외 활동은 짧게 끊어서 반복한다. 셋째, 여벌 장갑·양말을 넉넉히 챙긴다. 넷째,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축 처지거나 말이 줄면 즉시 몸을 녹이는 우선순위를 지킨다.
그날의 기억이 남긴 것
둘째는 아직 그날을 기억하지 못할 거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텐트 지퍼 사이로 아이의 놀란 얼굴을 처음 봤던 그 순간을. 캠핑이 주는 것 중에는 이렇게 사진 한 장, 짧은 순간이지만 부모 마음에만 깊게 남는 장면들이 있다. 겨울 캠핑이 부담스럽다면, 딱 하루, 눈 오는 날 하나만 골라서 시도해보시길 권한다. 준비만 제대로 하면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 겨울 텐트 난방은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있으니 연소식 난방기기 사용 시 반드시 환기와 CO 경보기를 함께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