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만 찾던 아빠가 아이와 백패킹에 도전한 이유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이가 생긴 뒤로 나는 겁이 많아졌다. 예전엔 오지든 험지든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던 사람이었는데,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서는 '안전'이라는 단어가 여행의 첫 번째 기준이 됐다. 시설 좋은 오토캠핑장, 얕은 계곡, 유아차가 다닐 수 있는 평탄한 길. 그게 내 여행의 전부가 됐다.
그런데 어느 날 첫째가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우리는 왜 맨날 똑같은 데만 가?" 그 한마디가 마음에 걸렸다. 안전을 챙기는 것과 아이의 세상을 좁히는 것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안전을 지키면서도 아이에게 작은 모험을 선물하자. 그 첫 도전이 아이와의 백패킹이었다.
모험에도 '안전한 모험'이 있다
백패킹이라고 하면 며칠씩 산속을 헤매는 그림을 떠올리기 쉽지만, 아이와의 첫 백패킹은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세운 원칙은 '모험의 느낌은 최대, 실제 위험은 최소'였다.
구체적으로는 이렇게 했다. 첫째, 왕복 2시간 이내, 완만한 코스를 골랐다. 정상 정복이 아니라 '배낭 메고 걸어서 하룻밤 자고 온다'는 경험 자체가 목표였다. 둘째, 비상 시 30분 내 하산 가능한 곳으로 잡았다. 아이가 아프거나 날씨가 나빠지면 즉시 철수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통신이 되는 지역인지 확인했다. 응급 상황에 연락이 되어야 한다.
AI로 코스를 찾고, 발로 검증했다
백패킹 코스를 고를 때도 AI를 먼저 썼다. "초등 저학년 아이와 갈 수 있는 쉬운 백패킹 코스 추천해줘"라고. AI는 몇 곳을 추천했지만, 나는 그중 실제로 사전 답사가 가능한 가까운 곳을 골라 아이 없이 혼자 먼저 걸어봤다. 코스 난이도, 화장실 위치, 위험 구간, 야영 가능 여부를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 사전 답사에서 AI가 "쉬운 코스"라고 한 길에 생각보다 가파른 구간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아이 없이 미리 안 가봤으면 현장에서 당황했을 것이다. 모험일수록 검증은 더 철저해야 한다.
국립공원이라면 야영 규정부터 확인
백패킹 야영은 아무 데서나 하면 안 된다. 국립공원 구역은 지정된 야영장·대피소 외 야영이 금지되어 있고, 위반 시 과태료 대상이다. 그래서 나는 코스를 정한 뒤 반드시 합법적으로 야영이 가능한 지점인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국립공원 예약시스템으로 대피소나 야영장을 예약했다.
아이가 배운 것, 내가 배운 것
첫 백패킹은 완벽하지 않았다. 아이는 중간에 힘들다고 칭얼댔고, 나는 배낭 두 개를 메고 땀을 뻘뻘 흘렸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해 직접 텐트를 치고, 버너로 라면을 끓여 먹고, 밤하늘의 별을 봤을 때 아이 표정이 달라졌다. "아빠, 우리가 여기까지 걸어왔어!" 그 성취감은 편한 오토캠핑장에서는 절대 줄 수 없는 것이었다.
나도 배웠다. 안전과 모험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준비로 연결되는 것이라는 걸. 철저히 준비하면 모험도 안전할 수 있다. 겁이 많아졌던 아빠가 다시 조금은 용감해진 순간이었다.
모험을 계획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모험적인 여행을 고민하는 부모가 있다면, 이렇게 권하고 싶다. 모험의 규모는 작게, 준비는 크게. 첫 도전은 집에서 가깝고 짧은 코스로, 비상 대책을 충분히 세운 뒤 시작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AI가 "쉽다"고 한 곳도 가능하면 부모가 먼저 확인하자. 그 한 번의 답사가 아이와의 모험을 안전한 추억으로 만든다.
※ 국립공원 야영·백패킹은 지정 구역 외 금지입니다. 코스·야영 규정은 방문 전 국립공원공단 등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세요.